A. 2년전 원사업자로부터 위탁받은 물건을 납품하였는데 원사업자가 사소한 문제로 꼬투리를 잡아 감액을 요구하였다. 부당한 요구이기에 거절했지만 그 원사업자로부터 하도급받은 다른 현장에서의 계약해지 등을 할 수 있다는 뉘앙스를 강하게 내비치기에 어쩔 수 없이 감액합의를 하였다. 너무 억울해서 원사업자에 대해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하려고 하는데, 하도급법상 15.5%의 지연이자도 받을 수 있는가?
Q. 하도급법상 지연이자는 미지급한 하도급대금 등에 대하여 적용되는 것이므로 부당하게 감액된 하도급대금을 지급하라는 계약상 청구가 아니라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에서는 하도급법상 지연이자를 청구할 수 없다는 것이 서울고등법원의 판결이다(서울고등법원 2019. 7. 19. 선고 2018나2069852 판결). 해당 판결에 의하면 하도급법상 지연이자 청구가 불가능하다. 물론 연 5%의 민법상 지연이자 청구는 가능하다.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채무에 대하여는 별도의 이행 최고가 없더라도 채무성립과 동시에 지연손해금이 발생한다(2012. 3. 29. 선고 2011다38325 판결). 하도급법을 위반한 불공정하도급행위는 그 자체로 불법행위이므로 이로 인하여 손해를 입은 수급사업자는 원사업자에 대하여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있다. 하도급법 제35조의 손해배상청구권은 민법 제750조의 손해배상청구권의 특칙이므로 당연히 민법상 손해배상채권에 적용되는 민법상 지연이자(연 5%)가 적용된다. 하도급법상 지연이자(연 15.5%)는 민법상 지연이자보다 훨씬 높으므로 하도급법상 지연이자가 적용되는지가 쟁점이다.
하도급법은 부당감액되거나 지연지급되는 하도급대금의 지급 등에 대하여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지연이율고시에 따른 이자, 즉 하도급법상 지연이자를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하도급법 제11조 제4항, 제13조 제8항 등). 현재 하도급법상 지연이자는 연 15.5%이다. 하지만 하도급법위반에 따른 손해배상책임(하도급법 제35조)에서는 지연이율에 대한 아무런 규정도 두고 있지 않다. 이러한 하도급법의 규정에 비추어 볼 때 하도급법 위반행위에 대한 손해배상채권에 대하여는 하도급법상 지연이자율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볼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아직까지 대법원 판결은 없는 것으로 보이지만 서울고등법원은 “하도급법은 동법 위반으로 인한 손해배상책임의 지연이율에 대하여는 아무런 규정도 두고 있지 않은바, 이 사건 합의(부당감액합의)가 무효임을 이유로 부당감액된 하도급대금의 지급을 구하는 것이 아니라 이 사건 합의가 하도급대금 부당감액행위, 즉 하도급법을 위반한 불법행위에 해당함을 이유로 손해배상금의 지급을 구하는 것이기 때문에 하도급법 제11조 제4항(부당감액한 금액을 지급하는 경우에는 하도급법상 지연이자를 지급하도록 한 규정)이 적용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서울고등법원 2019. 7. 19. 선고 2018나2069852 판결). 뿐만 아니라 회사간 하도급거래에서 발생하기는 하였지만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채권은 상행위로 인한 채무가 아니므로 상법상 지연이자(연 6%)가 적용되지 않는다.
대법원은 “상법 제54조의 상사법정이율은 상행위로 인한 채무나 이와 동일성을 가진 채무에 관하여 적용되는 것이고, 상행위가 아닌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채무에는 적용되지 아니하므로( 대법원 1985. 5. 28. 선고 84다카966 판결 참조) 원심이 이 사건 손해배상금 원금인 그 대출원금 상당액에 대하여 민사 법정이율인 연 5푼이 아닌 상사 법정이율인 연 6푼의 법정이자를 가산한 데에는 위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고, 이는 판결에 영향을 미쳤음이 분명하다”라고 판시하였다. 그래서 본건에서의 하도급법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청구시 민법 제379조의 연 5%의 민법상 법정이율에 의한 지연이자만을 청구할 수 있다고 보아야 한다.
이와 같은 해석은 법문상 어쩔 수 없는 것으로 보이지만 입법론적으로는 매우 부당하다. 하도급법에서는 미지급하거나 부당감액한 대금 등을 지급할 때에는 하도급법상 지연이자를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현재 우리 법원은 하도급법을 위반한 계약이나 합의, 약정 등의 민사상 효력이 유효하다고 보고 있어 수급사업자가 원사업자에게 부당감액된 하도급대금 등을 지급청구할 수 없고 단지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공정거래위원회는 부당감액된 금액에 대하여 지급명령을 할 수 있고 이 경우에는 하도급법상 지연이자에 대하여도 지급명령을 할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현재 공정거래위원회에 대하여 지급명령을 할 경우 지급해야 할 금액에 대하여 매우 엄격한 입증책임을 요구하고 있는 법원 판례의 일관된 태도 때문에, 공정거래위원회의 지급명령제도가 사실상 형해화되어 버린 점까지 고려하면, 부당감액한 금액에 대하여 하도급법 지연이자를 지급하도록 하는 하도급법 제11조 제4항 등이 적용될 수 있는 경우가 사실상 거의 없어져 버리는 모순이 발생한다.
그래서 입법론적으로는 하도급법상 손해배상청구에 대하여도 하도급법상 지연이자를 지급하도록 규정하고 아울러 하도급법을 위반한 합의, 계약, 약정 등에 대하여도 무효화하는 법개정이 필요하다. 만약 하도급법을 위반한 전체 행위에 대한 민사상 무효로 규정하는 것이 부담스럽다면 최소한 부당특약에 대한 민사상 무효로 규정하는 개정이라도 추진해야 한다.
정종채(법무법인 정박 대표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