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남부지방경찰청은 지난 15일 이천 물류창고 공사현장 화재 참사에 대한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했다. 경찰과 소방청, 과학수사연구원, 전기안전공사, 가스안전공사, 고용노동부, 산업안전보건공단 등 7개 기관이 동원된 합동감식 결과 최초 원인은 안전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은 채 실시한 용접작업이었다. 실내기 배관 설치를 위한 산소용접 중 불티가 천장 벽면 속으로 튀어 우레탄폼을 따라 번지다가 출입구 부근에서 폭발적으로 확산됐다는 설명이다.
불꽃이나 불티 방지 덮개나 방화포와 같은 용접작업 안전을 위한 필수장치가 생략됐고 방화문도 벽돌로 막혀 제 기능을 못했다. 옥외 비상계단은 화마를 피하려는 사람들이 아닌 연기가 확산하는 통로가 됐다. 게다가 공사기간 단축을 위해 평소보다 두 배나 많은 67명이 현장에 투입됐다.
공사비가 모자라면 공사기간을 단축해 적자 폭을 줄여야 한다. 특히, 민간공사를 중심으로 공사기간이 공사를 제대로 끝내기에는 부족한 경우가 많다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안전관리비도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다. 돈 때문이다. 공사기간을 단축하려고 여러 작업이 함께 이뤄지고 이런 아수라장 속에서 안전은 뒷전으로 밀린다. 결국, 사고로 이어졌고 공기 단축을 위해 인원이 대거 투입된 것이 인명피해를 키웠다.
경찰은 이번에 시공사와 감리단, 협력업체는 물론 발주처 임직원 5명도 입건했다. 38명이나 숨진 대형사고이기 때문에 처벌 범위가 커질 수밖에 없지만, 발주처에도 책임을 물었다는 점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 경찰은 중간수사결과 브리핑에서 “앞으로 화재 발생과 피해 확산의 근본적 원인이 된 공기 단축과 관련한 책임자들에 대해 집중 수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공기 단축 때문에 안전을 도외시한 결과였다는 것이다. 민간공사를 중심으로 안전을 도외시하고 비용만 앞세우는 발주자의 행태를 막을 대책을 살펴봐야 하는 대목이다.
이번 화재 참사에 대해 한 중견건설사 전 대표는 자신의 의견을 보내왔다. 과거 3년 이상 안전담당 임원을 역임했다는 그는 건설현장의 일선 작업 지휘자, 반장의 역할을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자기 일에 긍지를 가지지 못한 상태에서 안전교육을 건설사의 책임 회피로 느끼는 경우가 많은데 ‘내 목숨과 가정은 내가 지킨다’는 인식을 심어줘야 한다고 그는 조언했다. 작업 전 그 작업의 위험요소를 하루에 몇 차례씩 공유하는 한편, 작업자 의식 변화를 위한 지속적인 교육과 홍보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동시에 규제가 강화될수록 행정 요식행위와 문서 작업만 늘어나고 책임소재를 가리기 어려워진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이번 참사가 주는 교훈은 발주자와 근로자, 제도 등 여러 측면에서 곱씹어봐야 한다. 물론 일차적인 책임은 시공사에 있다. 그러나 발주자와 작업자 측면에서도 안전 강화 노력이 병행돼야 산업재해를 예방할 수 있다.
[출처: 건설경제신문 http://www.cnews.co.kr/]